집 앞에 큰 공원이 하나 있습니다. 모래사장도 한쪽에 작게 나 있는데요. 햇살이 좋은 날이면, 저는 모래사장 끄트머리에 비치된 선베드에 누워 책을 읽다가, 꼭 30분씩 졸곤 합니다. 종종 어린아이들이 뛰어놀기도 하고, 저와 비슷한 어른들이 찾아와 맥주도 한 캔씩 마시는 곳은 비단 제게만 아름다운 공간은 아닐 것입니다.
절대 거창하지 않은 시작이었습니다. 지인들에게 나눠줄 생각으로 쓴 단편들이 모여서 몇 권에 책이 될 줄은 정말로 몰랐습니다. 그리고 지금은 거창하든, 미미하든 끝을 냈다는 것이, 제겐 더 크게 다가오네요. 월간피사를 통해 제가 선보인 글이 누군가에겐 그저 흙장난하는 곳처럼 보일 수도, 다른 이에겐 책을 들고 와 읽는 소중한 장소일 수도 있지만, 각자 다르게 받아들인 이야기가 한 번은 당신을 웃게 했기를, 설령 읽지 않았더라도 받은 택배를 열고 선물 받은 것처럼 한 번은 기뻐했기를 3월의 끝에서 기원합니다.
건강 잘 챙기시고 우리 또 만나요.
사랑하는 독자님 혜존
피사 23.03.21